Marie Cloquet Belgium, 1976
Marie Cloquet은 폐허와 주변부 등에 천착하여, 사진의 왜곡과 변형을 통해 흥미로운 작업을 전개한다.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서아프리카로의 여행으로 이때 방문한 해안가 마을 Nouadhibou는 작품 전반의 모티프가 되었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혜택에서 배제된 듯한 그곳에 화려한 풍광과 가난의 절망이 공존함을 목도하고, Cloquet은 작품을 통해 세계화의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잊혀지고 소외된 것들은 작가의 화면 속에서 시각적 구현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
Cloquet은 자신의 작업을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 명명한다. 이는 작가의 작업과 주제의식 을 아우르는 은유로, 실제로 작업은 사진에 부수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작가는 사진의 형태로 세계화의 소외된 주변부 - Nouadhibou의 폐허가 놓인 해변을 포착한다. 촬영된 사진은 원래 크기를 넘어서 잔뜩 늘어나거나 한껏 왜곡되어 도화지에 인쇄되고, 이후 찢겨져 파편이 되거나 콜라주 방식으로 재배열되는 과정을 거친다. 현실을 그대로 담은 -멀쩡한-사진은 일종의 재료가 되어 새로운 화면으로 재구축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부수적 피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낸다. 나아가, 새로 결합시킨 회색조의 화면에 수채물감으로 채색을 더한다. 색은 은은하게 스며들어 화면 전체를 서정적으로 확장한다. 하나의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보이는 Cloquet의 왜곡되고 조작된 화면은 새로운 공간을 열어 보인다. 작가는 실제와 가상 사이, 개발과 소외 사이, 그리고 역사의 틈 사이 어딘가에 놓인, 경계의 균열같은 영리한 공간들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다.
작가는 끊임없이 세계화의 명과 암을 다룬다. 특히 밝고 긍정적인 측면 이면에 항상 자리하고 있었던, 그동안 외면되어온 사각지대와 현대산업화의 실패를 드러내고 그 명암을 모두 인지할 것을 권한다. 현실의 양면성을 절감하고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Cloquet은 지속적으로 세상의 주변부를 작품으로 끌어온다. 사진으로 담긴 주변부는 그대로 주변부로 남지만, 과정으로서의 ‘부수적 피해’를 통해 새로이 재구축된 화면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보편적인 공간이 된다. 이에 따라 세계화에 따른 소외는 ‘Nouadhibou’라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확대된다. Cloquet은 세상의 그림자와 폐허를 이렇듯 세련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소외된 주변부를 주목해달라고 중심의 언어 체계로 억지로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왜곡과 변형을 거쳐 새로운 차원을 열어 보편성의 맥락에서 주변부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실제에 기반하지만 가상적인 작품 속 공간은 특정한 주변부의 폐허를 해체하여 보편적인 소외를 말한다. 이는 관람자의 집단 기억에 호소하여 언젠가 겪은 폐허의 공간, 소외의 기억을 자극한다. 작가가 구축한 완전히 새로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풍경은 그래서 친숙하면서 낯설다. 이러한 언캐니한 감상을 통해 관람자는 우리가 위치한 지금, 이 세계의 양면성을 감각적으로 지각하게 될 것이다.
1976년 벨기에에서 출생하여, Cloquet은 벨기에 Gent의 LUCA School of Arts에서 수학하였다. 작가는 처음에 가족의 영향으로 건축을 전공하고자 했다. 건축에 대한 이러한 깊은 관심은 여전히 남아있어, 2000년대 초부터 공식적으로 선보인 작품들에 꾸준히 투영되어 있다. 그 이후 Cloquet은 Koraalberg Art Gallery, Antwerp, Belgium; Museum Dhondt-Dhaenens, Deurle, Belgium; Annie Gentils Gallery, Antwerp, Belgium; 그리고 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Japan 등지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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