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iver Arms: Inaugural Exhibition
2018년 1월 25일부터 3월 20일까지 제이슨함의 개관을 맞이하여 미국 작가 올리버 암스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서울시 성북동에 위치한 제이슨함(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31길 73)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제이슨함의 개관전이자 올리버 암스가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더욱 의미가 크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작업한 신작 11점으로 구성되며 작가 특유의 대담한 색채 사용과 질감의 교차가 어우러지는 암스의 작업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올리버 암스는 미국 Arlington, VA에서 태어나 LA에 거주하며 활동한다. 주로 큰 스케일의 작업을 선보이는 그는 시간을 들여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며 색을 쌓아 올린다. 며칠, 몇달, 혹은 몇 년의 반복된 과정을 거쳐 일종의 색의 지층으로 변모한 캔버스는 이후 산업용 벨트 샌더로 갈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다채로운 색채는 표면을 갈아내는 과정에서 피어나고 발현된 결과인 셈이다. 이처럼 색을 물리적으로 축적하고 무너뜨리는 작업 방식은 그의 자전적 경험에서 연유한다. 대학 시절 학비 마련을 위해 건설 현장에서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는 일을 했는데, 오랜 세월 여러 주인을 거치며 겹겹이 덧칠된 벽 페인트를 갈아내자 드러나는 다양한 색감에 영감을 얻었다. 이후 이를 그대로 작업 방식에 적용하여 ‘쌓기’와 ‘갈아내기’에 천착, 작가 스스로 상당한 시간과 노동을 투자하여 색의 축적과 해체를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의 예술을 통해 그의 캔버스가 마지막에 드러내는 색채의 향연은 동시에 시간의 궤적이자 지나온 모든 과정의 파편들이다. 암스가 궁극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은 어떤 역사의 과정,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과거의 일부만 남게 되는 역사의 본질인지 모른다.
시간과 노동집약적 과정을 통해 완성된 작품은 각각 두드러지는 색채에 따라, 혹은 갈려진 형태에 따라 특유의 분위기를 지닌다. 제목을 붙이는 것은 모든 과정이 끝난 뒤 차후의 작업이며, 작가가 완성된 작품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의 색조나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재치 있는 제목이 흥미롭다. 분홍과 빨강의 붉은 색조가 두드러지는 <Rest, the Beautiful Sisters>(2013-2015)는 유혹적이며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면, (2011-2012)은 거칠고 위협적이며 대담하다. 이처럼 암스의 작업들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매혹적인 색의 경험으로 인도한다. 관객이 마주하는 그의 캔버스는 강렬하고 거침없다. 수없이 뒤엉킨 색과 면은 아름다운 혼란을 선사하며, 그의 작품을 마주함으로써 혼돈과 질서, 진중함과 가벼움, 그리고 따스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암스가 열어 보이는 색과 감정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